201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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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벙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시민위원 참여후기


 

기억해야 할 아픔

최다연 시민위원

 

오랜만에 미세먼지로부터 해방이 된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봄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자 그리고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SeMA 벙커로 향했습니다.

 

공간의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많은 사정을 간직한 듯 아래로 길게 내리뻗은 계단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아래로 향했습니다.

 

좌우에 배치된 사연 있는 듯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저를 압도했고 무언가 잡아끄는 힘에 이끌려 관람을 하였습니다. 슬프고 침울하고 원통함이 밀려왔습니다.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담담하게 쏟아내는 인터뷰 음성만으로도 아픔이 전달되었습니다.

 

어린 두 아이도 헤드폰을 쓰고 차근차근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아이들이 비록 강제징용이 무엇이고 그분들이 그곳에 어떻게 가게 되었고,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에 치욕을 당했던 짧지 않은 시간이 있었음은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홋카이도에서 오사카까지 광범하게 펼쳐져 있던 강제징용 지역에서 많은 분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돌아가셨는데,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유해는 들판에 버려져 하얀색의 말뚝 표식으로만 알 수 있도록 방치되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변변한 먹거리도 받지 못했을 그분들은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요? 얼마나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가족들이 그리웠을까요? 내가 만약 그분들의 상황이었다면 과연 버틸 수 있었을지 오만가지 생각과 복잡한 감정들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울러 용산역에서 마주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떠올랐습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의 노동자상은 그 자체로도 일제의 비인간적 강제노동이 표현된 것입니다. 캄캄한 지하에서 그토록 갈구하던 햇빛을 맞이하면서도 손을 들어 가릴 수밖에 없는 모습, 고향으로 향하고자 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새가 되어 노동자상의 어깨 위에 앉았습니다.

 

이 강제징용 노동자상도 평화의 소녀상과 더불어 기억하고 알려야 할 우리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많은 분야에서 다뤄져서 많이 알려져 있죠. 하지만 강제징용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위한 영화는 군함도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군함도 이후 접한 이번 전시가 아팠지만 반가웠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고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해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기회가 마련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진다면 과거사로 얽혀있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통해 동아시아 역사의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기획전,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려

 

이재찬 시민위원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리고 있다.

기간은 지난달부터 오는 15일까지다. 3·1 운동 99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행사에는 140여점에 이르는 손승현 작가의 사진을 비롯하여 미국의 데이비드 플래스 교수와 송기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교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인다.

 

일제의 잔혹한 역사를 증언하다

전시의 배경이 되는 일본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은 1980년대 일본의 시민과 종교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1996년부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의 민간 전문가들과 학생, 청년들이 함께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평양 전쟁 시기의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50여구를 발굴했고, 인근 사찰 등에서 100여구의 유골을 수습했다. 이들은 그 동안 발굴, 수습한 한국인 유골 총 115구를 유족과 고향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70년만의 귀향’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전시를 주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홋카이도에 강제 연행된 한국인의 유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국교가 정상화된 지 50여 년이지나도록 국가는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방관하였다. 이들과 함께 강제 노역중에 희생된 연합군 포로와 중국의 징용자 유골은 이미 오래전에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조선인은 죽음 후에도 차별받고 버림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와 평화를 다짐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본 프로젝트를 통하여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전시로서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역사의 어둠에 묻힌 혼백의 한(), 풀어야 할 숙제

 

작가 손승현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과 노동으로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 과정을 다큐멘터리 사진형식으로 재현했는데 사료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데이비드 플래스의 다큐멘터리 ‘So Long Asleep (길고 긴 잠)’은 조선인 희생자 115명의 유골을 한국과 일본의 자원 활동가들이 함께 발굴하여 일본 열도를 관통하는 여정 끝에 고국 땅에 안치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송기찬의 다큐멘터리 ‘another 고향’은 유골발굴에 참여했던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에 관한 인터뷰 영상이다. 이번 전시는 2015년에 선보인 바 있는 ’70년 만의 귀향’의 연장이자 그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로 오는 8월, 일본의 오사카와 동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여의도 대중교통환승센터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문을 열고 지하 2층 깊이의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장이 있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이 열리는 ‘SeMA 벙커 역사 갤러리’의 벽면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남태평양 섬으로 끌려간 우리 동포의 쓸쓸한 표정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여의도 지하벙커로 불리는 이 시설들은 2005년 5월, 발견되었는데, 유사시 대통령 등 중요 요인들이 대피할 방공호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의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해 2013년 이곳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였으며, 2017.10월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SeMA 벙커로 시민 품에 돌아왔다.

 

세월이 지나도 얼룩진 역사는 남아 있다. 이로 인한 상처는 치유되어야 하고 한(恨)을 달래야 나라의 힘이 강해진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뜻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가 가동되는 이치와 같다. ‘SeMA 벙커’가 전시공간과 역사갤러리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과 투자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