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떤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걷을 수도 있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7월 15일 예비시민위원들이 걸었던 길은 선배,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었습니다.
3·1운동 선언서가 만들어지고 낭독되고 배포되었던 길을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걸었습니다.
첫 발걸음은 조계사 후문에 위치한 수송공원이었습니다.
인적드문 이 작은 공원은 옛 보성사터입니다.
총 2만 1천장의 선언서가 인쇄되고 전국 각지로 배포된 이 자리는 1919년 6월 28일 알수 없는 화재로 전소되었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습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보성사의 의미, 독립선언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옆에 위치한
옥파 이종일 선생 동상 앞에서 묵념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시민분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두번째 장소는 옛 태화관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태화빌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호텔, 면세점에 둘러쌓여있는 이곳은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 새겨진 기념비만이 독립유적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라면 내 목숨을 걸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당당히 대한의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까?’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태화빌딩의 협조로 예비시민위원분들은 잠시 비를 피하고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힘찬 발걸음을 옮겨
탑골공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3·1운동 당시 학생들과 시민들이 주도하여 선언서를 낭독하고 거리행진을 시작한 곳입니다.
통신수단 없이 사람과 사람에게 의존해야했던 운동.
그럼에도 200만이 넘는 인구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운동.
백성에서 시민으로, 봉건에서 공화정으로, 왕토에서 국토로 거듭난 운동.
3·1운동 시작을 만든 선언서의 길을 따라 시민들은 걷고 또 걸었습니다.
마치 작은 행진같았던 이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우리 선배들, 스승들을 기리는 길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