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온 여의도공원에 작은 영화관이 오픈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인 C-47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찾아온 것인데요.
10월 24일부터 11월 5일까지 총 3편의 애니메이션이 오전 11시, 오후 3시에 공식적으로 연속 상영되었습니다.
3편 모두 ‘전쟁’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진 작품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끝나지 않은 이야기>(한국, 감독 안희덕, 2013년, 16분)
한국사 100년은 한 여성의 삶을 어떻게 관통해 갔을 지 질문을 던지는
<아름다운 날>(한국, 감독 장윤정, 2015년, 9분)
전쟁터에서 모든 총구는 결국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닌지 대사 없는 영상으로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Confusion Through Sand>(미국, 대니 매든(Danny Madden), 2013년, 12분)까지.
모두 의미있는 작품인데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인 C-47비행기 안에서 보아서
더 특별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여의도공원에 비행기가 있는 것이 신기하여 입장한 시민들도
뜻밖의 애니메이션 상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시민들은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시청하였습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 겪지 않은 세대가 비행기 안에서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는 넓은 공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비행기가 생뚱맞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의도공원에 C-47 비행기는 꼭 가져다 두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잃을 각오로
C-47 비행기를 타고 착륙한 곳이니까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이니까요.
그런 공간에서 전쟁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았던 순간이,
비행기극장을 찾아주신 434명의 시민들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비행기극장은 내년에 다시 찾아옵니다.
고맙습니다.